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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판교 라일락 하우스 : 이웃과 교감하는 따뜻한 화랑과 정원을 가꾸는 컬렉터의 집
라일락 하우스는 개인의 역사와 더불어 삶의 파고를 넘은 작품과 정원을 사랑하는 컬렉터의 집입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청소를 마치고 혼자 빈 교실에 남아 칠판이 가득하게 분필로 그림을 그렸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도화지였고, 끝에서 끝까지 왔다 갔다 하면서 그리기에 몰두했습니다.
다 그리고 칠판을 지우려 할 즈음에 조용하며 근엄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지우지 마”
뒤를 돌아보니 교장 선생님이 한참 동안 저를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낙서해서 혼나는 줄 알고 고개를 숙이고만 있었는데 교장 선생님은 진지하게 저를 부르시더니 진로상담을 해주셨습니다.
이후 미술반에 추천해주시고 방과 후 미술 선생님에게 따로 수업도 받을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그림과 인연을 시작하며 자연스럽게 미술에 관심을 가졌고 부모님 권유로 미술교육을 전공으로 선택했습니다.
서양화를 전공하고 졸업 후에 교직생활을 하다 개인화실을 운영했는데 한국에서 미술시장의 개념을 형성하는 시기여서 갤러리스트에 흥미가 생겼습니다.
문화예술경영을 공부하면서 갤러리스트의 매력이 커졌고, 은사이신 이완호 서양화가님의 격려와 추천으로 갤러리스트 분야에 발을 들였습니다. 이 자리에 올 수 있도록 용기를 주신 이완호 선생님에게 감사합니다.
by 하우스테이너 미술 서사(敍事)
하우스테이너 라일락 입니다. 작가와 컬렉터를 연결해주는 갤러리스트로 활동하며, 미술강좌를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지역의 사랑방 같은 화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는 작품성에 비중을 둔 전시를 기획하며 좋은 작품은 처음 보기에는 불편하더라도 언젠가 빛을 본다고 믿습니다. 강사로 오는 미술 평론가들과 앞서 전시한 작가와 협의하여 새 전시를 기획하며 지역화랑으로 주민들과 친화력을 소중히 생각합니다.
컬렉터의 취향과 끌림에 주목하며 미술사적 가치와 의미를 근거로 작품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전시 작가들이 세계적인 미술관이나 전시장으로 활동영역을 넓히고, 판매한 작품이 새 공간에서 새 주인과 행복한 시간을 오래도록 보낼 때 갤러리스트로 너무나 기쁩니다.
저 역시 20대 후반에 판화 한 점으로 첫 컬렉팅을 했고 다사다난한 추억이 깃든 작품이라 지금도 즐겁게 감상하고 있습니다. 작품을 오래 소장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작품이 개인의 삶으로 들어오고 이러한 작품들을 제 인생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우리 동네는 집과 집 사이에 벽이 없어 정원은 이웃과 정서적 소통을 이루는 공유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잘 정돈하고 가꾼 정원은 주민들 산책길에 소소한 즐거움 주며 동시에 거주지역에 만족감을 높입니다.
집짓기를 완성하고 여러 식물을 가꾸며 지켜보니, 우리 정원에는 세이지, 민트, 타임처럼 허브류와 구절초, 쑥부쟁이, 작약 같은 건조한 곳에서 잘 자라는 식물이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아도 스스로 피고 지는 숙근 식물을 좋아하고, 수선화, 에키네시아, 백합, 붓꽃처럼 캐내지 않는 구근류도 애정합니다.
게으른 가드너에게 적합한 식물이고 몸을 움직여 가벼운 신체노동으로 흙을 만지는 기쁨과 식물의 성장을 지켜보며 얻는 행복감도 큽니다.
주민센터에서 운영하는 정원 가꾸기 강좌를 주기적으로 들으며 틈틈이 관련 서적도 참고하는데 『가드너 다이어리』(국립수목원)를 즐겨 읽습니다.
기억에 오래 남는 정원은 Derek Jarman 정원입니다. 데릭 저먼은 52년의 짧은 삶을 살았음에도 영화감독, 설치미술가, 인권운동가로 다양한 활동을 했습니다. 그가 가장 사랑한 직업은 정원사였고 켄트주 던지니스 핵발전소 주변의 황폐한 땅을 가꾸고 디자인하여 아름다운 정원으로 탄생시켰습니다.
데릭 저먼은 생의 마지막을 자신이 만든 정원이 있는 Prospect Cottage로 이주해서 보냈습니다. 그의 정원 컨셉은 돌정원이며 정원을 예술의 경지로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저 역시 돌정원에 매력을 느낍니다.
우리 집에 이야기 있는 미술과 싱그런 식물로 소통하고 싶은 하우스테이너를 초대합니다:)
사진 @포토그래퍼 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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