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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청운동 쿠쿠네 하우스 : 무라카미 하루키의 루틴을 오마주하는 라이프스타일러의 집
쿠쿠네 하우스는 틈틈이 짧은 글을 쓰고 먼 훗날 장편소설을 꿈꾸며, 가족이 함께 책을 사랑하는 독서광의 집입니다.
끝나지 않는 책 정리의 시간들.
사실 내 책 안에는 여러 가지 것들이 숨겨져 있다. 대부분은 버리기엔 아쉬운 추억 귀퉁이들이다.
예를 들어 그 시절 붉은색 주황색 영화표, 뮤지컬 티켓, 고민하며 샀던 물건의 영수증, 친구와 끄적거리던 쪽지 같은 것들인데.
아기가 태어난 후에는 아기가 접어준 종이접기, 회사 갈 때 가방에 몰래 넣어둔 서툰 하트, ‘엄ㅁ 사앙해’ 따위의 메모들이다. 아기가 생기면 소중히 보관하고도 넘쳐서 처리하기 어려운 조각들이 많이 생긴다. 아시는 분들은 잘 아실 것!
가끔 마음이 무언가 빈 듯 느껴지는 날에는 책장에서 눈을 감고 지난 책을 꺼내본다. 어느 날에는 건축학 개론 영화표가 나오기도 하고, 어느 날에는 바르셀로나 비행기 티켓이, 또 어느 날에는 나를 오래 고민하게 했던 쪽지가 나올 때도 있다.
그러면, 왜인지 모르겠지만 모든 섭섭했던 것들이 전부 섭섭하지 않아지는 기분이 든다. 그리고, 나의 책을 물려받을 아이들이 오랜 후 어느 날, 여느 때와 달리 마음이 서운한 날, 우연히 꺼내든 책 속에서 서툰 하트 메모를 발견하는 상상을 해본다.
나에게 어울리는 삶이 어떤 삶인지 자주 고민한다. 흔하고 무수한 기적을 매일 사는 것.
역시 나는 그쪽인가보다.
by 하우스테이너 끄적임 기록
하우스테이너 쿠쿠네 입니다. 어려서부터 아빠와 같이 도서대여점에 가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현재는 찾기 힘든 도서대여점에서 아빠는 무협지를, 저는 만화책이나 소설을 빌려보았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늘 신선한 바람이 불었던 기억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중고등학교 학창 시절에는 도서관에서 대출하고 싶은 책을 검색하여 류813.08ㄱ88 같은 책 번호 찾는 행위가 꼭 보물찾기처럼 즐거웠습니다. 대학 시절 저는 딱 세 가지의 일에만 집중했습니다. 술 마시기, 알바 그리고 책 읽기.
독서는 저와 분리할 수 없는 삶 속의 일부이고 저를 키운 건 8할이 책입니다. 약간의 활자 중독이 있어서 가방 안에 늘 읽을 것들을 넣고 다닙니다. 때문에 작은 관상용 가방보다는 크고 단단한 에코백을 들고 다니는데, 학생 때 친구들이 제 가방에 벽돌이라도 넣고 다니냐고 놀리곤 했습니다. 한 해에 책 100권 읽기 목표를 세우고 달성한 해도 있습니다.
스스로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부터 사들이기 시작한 것도 당연히 책입니다. 그래서 우리 집 책들의 시작은 모두 2012년도부터입니다. 그 전에는 대다수 책들을 도서관에서 빌려보았고 지금은 소득 일부를 늘 책 구매에 사용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책을 짐으로 여기지 않고 쾌락으로 즐기는 것을 이해해주는 독서광 남편을 만나 결혼했고, 책들끼리도 결혼을 하게 되어 꽤 많은 양의 책을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거실의 전면 책장에는 인테리어용 컬렉션 혹은 자주 꺼내보고 싶은 책 위주로 전시해두었고, 나머지 책들은 우리 부부가 수장고라고 부르는 책 창고에 보관 중입니다.
결혼 전에는 이 책들이 제 재산이며, 이 재산으로 노후에 북카페를 여는 것이 꿈이라고 막연히 희망했는데 아이를 키우면서부터 마음이 달라졌습니다. 아이들이 제가 읽은 책을 꺼내보고, 읽고, 제가 느낀 감정을 같이 느끼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첫사랑 같은 작가는 무라카미 하루키 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특유의 유머와 문체도 매력이지만 작가의 라이프스타일 자체를 동경했습니다.
키친 노블의 창시자로 볼 수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는 재즈바를 경영하면서 새벽에 퇴근하여 집 주방에서 글을 쓰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매우 성실하고, 매우 루틴하고, 강한 체력의 소유자입니다. 만 74세 나이임에도 아직도 매일 아침 조깅이나 수영을 한 뒤 6시간 동안 글을 쓰고 신선한 샐러드와 함께 위스키를 마시고 클래식 혹은 재즈 바이닐을 듣습니다.
규칙적인 삶을 살려고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는 그의 라이프스타일에 큰 영감을 받았고, ‘루틴하지 않게 살기 위해 루틴하게 살자’고 늘 다짐합니다.
특히 달리기를 사랑하여 달리기를 다룬 수필을 창작하고 수십 번 풀코스 마라톤을 경험에 영향을 받아 저도 달리기에 입문했고 현재까지 꾸준히 실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일상에서 사색하며 공유하고 싶은 에세이를 짧은 글로 브런치나 소셜미디어에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발판으로 호흡이 긴 글을, 고등학생을 주인공으로 한 장편 소설을 쓰고 싶습니다
책과 와인 모임에도 관심이 있습니다. 각자 좋아하는 책 한 구절 정도씩 풀어놓으며 나긋한 와인을 마시는 모임을 꾸려보고 싶습니다.
우리 집에 가벼운 책 읽기의 기쁨을 공감하고 싶은 하우스테이너를 초대합니다:)
사진 @포토그래퍼 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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